[EDITORIAL] 시카고총영사관에 무슨 일이...

박원정 대표 PD | neomusica@hotmail.com

새해의 첫날이 밝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주시카고 대한민국시카고총영사관(총영사 김정한)의 연하장은 없다.

공관의 연하장은 수십 년간 이어온 전통으로 공관 관할지역 동포 및 단체들의 활발한 한해 활동에 감사를 전하며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지난 4일 한 공관 관계자는 “연하장을 조만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월 8일인 오늘도 연하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문제로 대두된다. 지난해에도 연하장이 발송되지 않아 소통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카드는 1월 5일에야 뒤늦게 도착했다. 전임 시카고 총영사들 재임 때는 볼 수 없었던 바이다. (총영사관은 수개월 전 국경일 리셉션 초청장도 2년 연속 ‘단체 이메일’로 송부해 논란이 되었다.)

소통에 대한 취재에 김정한 총영사는 당시 2023년 초에 부랴부랴 언론사들을 잇달아 예방했다.

총영사관에 한인 리더 및 기관∙단체에 연하장을 보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시카고총영사관이 보내온 연하장과 국경일 리셉션 카드 초청장에 대한 성의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시카고 주재 공관으로서 동포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이는 대한민국의 국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통 어려운 총영사

김정한 총영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카고 한인사회의 연말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카고한인회 송년회, 시카고한인여성회 연말파티, 시카고한인문화회관 연례만찬 등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체들의 연례행사에 김 총영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 깊은 자리에 ‘주류사회’ 인사들과 많은 한인들이 참석했지만 시카고 총영사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일부 행사에서 지형인 부총영사와 동포∙문화 분야 영사의 총영사 축사 대독이 있었다. 그러나 40년 넘는 역사와 회원수, 활동량으로 손꼽히는 단체의 한 공식 행사에는 공관 관계자의 참석이 아예 없었다. 해당 단체 관계자는 “여러 차례 총영사관에 초청 서신을 보냈지만 총영사관은 답신조차 하지 않았다”고 뉴스매거진 취재에서 밝혔다.

또 다른 단체의 임원도 “시카고 총영사관에 협의 차 이메일을 보내면 좀처럼 답을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불통을 이어가는 총영사관에 불만의 소리가 많다. 시대를 역행하는 총영사관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연말에 총영사가 관할 지역에 없었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총영사가 시카고 외 타 지역 한인 행사를 방문하느라 바빴다고 전했다.

시카고총영사관 홈페이지 내 ‘공관장 활동사항’ 게시판엔 11월 10일 외부 활동 이후 총영사의 활동에 대해 아무것도 올라와있지 않다. 무려 두 달의 공백이다. 지난 2022년 이어 2023년도 그렇다.
(다만 동포영사와 선거영사의 활동은 여러 행사와 대언론 접촉에서 자주 목격됐다)

시카고총영사관 홈페이지 (2024년 1월 8일 현재)

총영사관에 무슨 일이 있으며, 총영사가 지난 두 달간 무엇을 했는지 의구심을 갖는 한인들이 적잖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언론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언론이 김정한 총영사 신년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새해를 맞아 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동포사회에 더 다가가는 것을 모색했던 수많은 전임 총영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뉴스매거진은 이번에 김정한 총영사에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반면 김 총영사는 시카고평통과는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제21기 출범식에 참석하고, 평통위원들을 관저에 초대해 식사대접을 하는가 하면, 평통 워크샵엔 자신이 강연자로 나섰다.

김 총영사는 연말 ‘본국’과 연결된 단체 활동에는 활발하게 참여했지만 대조적으로 민간 한인단체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인지 “좌파 문재인 정권 때 임명된 총영사가 우파 윤석열 정권에 잘 보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 총영사가 동포사회보다 자신의 영전에 더 관심 많은 것 같다”는 비판이 한인 사회 원로들 가운데 회자되고 있다.

대조적인 ‘휴스턴총영사관’의 신년하례식

최근 한 사진이 카카오톡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시카고 공관이 아닌 휴스턴총영사관의 모습이다.

휴스턴총영사관(총영사 정영호)는 1월 3일 공관회의실에서 텍사스 지역 단체장 및 동포들을 초청해 신년하례식을 개최하고 무릎꿇고 세배까지 하며 새해의 예를 표했다.

카카오톡으로 공유되고 있는 휴스턴총영사관 사진

이는 동포사회의 발전을 이루고 함께 공공외교를 펼칠 한인들을 휴스턴총영사관 측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준다.

연말에 모습조차 볼 수 없는 시카고총영사와 국경일 리셉션 초청장은 ‘단체 이메일’로 보냈으며 연하장은 제때에도 못 보내는 시카고총영사관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초부터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갑진년에 시카고 총영사관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동포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시카고총영사관의 국경일 리셉션과 정무적 이슈와 문제는 다음 기회에 다룰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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