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포토] 압도적 공연,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의 '바람, 길을 내다'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5.7.1 1:15pm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의 공연 ‘바람, 길을 내다’는 단체의 12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 높은 정기공연으로 장식됐다.

공연은 지난 6월 27일 미국 일리노이 노스필드 소재 크리스찬헤리테지 아카데미 대강당에서 열렸으며 프로 연주가 9명과 27명 소리빛 단원들이 두 시간 동안 총 7개 무대를 장식했다.

‘바람, 길을 내다’는 한국에서 도미해 한국 문화를 계승하는 이민자의 서사를 담아낸 작품이며 이번이 초연이다.

연출을 맡은 장윤실 감독은 “이 공연은 낯선 땅에서 삶과 문화를 지켜낸 한인 이민 1세대에 대한 감사에서 출발해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단단한 뿌리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한국 음악으로 풀어낸 공연”이라고 뉴스매거진에 설명했다.

한인 2세 유소년으로 구성된 소리빛 단원들의 세계 초연곡 ‘난타 드럼빛’(작곡 김덕환)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대고를 포함한 다양한 북의 합주로 구성된 이 곡은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강렬한 에너지로 공연 시작부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난타 드럼빛

두 번째 무대는 기악 앙상블이었다. 분홍색 한복을 차려입은 소리빛 단원들이 축연무(박범훈 곡)과 프론티어(양방언 곡)을 활기차고 감동적으로 연주했다. 대금, 소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해금, 장구, 북 등 악기가 정겨운 가락과 흥겨운 장단으로 어우러져 큰 갈채를 받았다.

프론티어 연주

시카고한인문화원의 프로 연주자들이 선보인 ‘삼도 사물놀이’는 압도적 기량을 뽐냈다. 꽹과리(최수완), 장구(이찬수), 북(김덕환), 징과 꽹과리(장윤실) 등 4악기가 전라, 경상, 충청 세 지역의 풍물 장단을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그려냈다. 숙련된 프로 연주자들의 음악적 내공이 빛났고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팀워크의 합주가 돋보였다.

삼도 사물놀이

이어 무대에 오른 유아반의 ‘바람의 춤’도 큰 박수를 받았다. 바람개비를 들고 무대를 누비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 꿈이 엿보였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은 수년 전부터 유아반을 개설해 국악과 한국문화 놀이를 통한 아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바람의 춤

바로 이어진 ‘사자춤’ 무대에서는 소리빛에서 10년 동안 함께 활동한 김준호, 다니엘 김, 에린 석, 지나 석 단원이 척척맞는 호흡을 선보였다.
이 춤에 대해 경험이 적은 청소년 단원들이 체력과 기술을 요하는 사자춤을 훌륭하게 구현해 인상적이었다.

사자춤

예술원이 지난 12년간 가장 자주 무대에 올린 ‘상모판굿’은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상모 돌리기, 진법, 춤, 개인놀이 등 농악의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이 무대는 이전보다 확장된 규모로 펼쳐졌다.

상모판굿

프로 국악 연주가들의 협연 무대 ‘시나위’는 한국 전통 기악의 멋을 한껏 발휘하며 관객을 흡입했다. 김현재(가야금), 이승희(해금), 하청라(대금), 가민(피리), 김덕환(장구), 이찬수(징) 등 6인이 연주한 이 곡은 남도 선율의 애잔한 서정성과 악기별 즉흥 연주의 미학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했다. 미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로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나위

공연의 대미는 ‘신 뱃노래’가 장식했다. ‘바람이 낸 길이 하나로 모이고, 함께 걸으며 전통을 품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담긴 무대다.

특히, 전 출연자가 각자 숨겨둔 다양한 타악기를 꺼내 익살스럽게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신뱃놀이 (영상 캡춰)

이번 공연에는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김수현 전 아나운서의 나래이션, 영어 자막, 인터뷰 영상, 조명 등 시청각 요소가 짜임새 있게 어우러져 공연의 몰입도와 소통력을 극대화했다.

연출자 장윤실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긴 여정이었고 그만큼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관객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그 마음을 깊이 받아들여 주셔서 큰 힘이 되었고 무대를 위해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회를 전했다.

피날레 무대

공연을 기획한 김병석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대표는 뉴스매거진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 그 이상이었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KPAC)은 항상 ‘미국 내 국악 수준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활동해왔다. 이번 무대를 통해 그 책임이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KPAC은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악이 오늘날에도 감동을 주는 ‘살아 있는 예술’임을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커뮤니티를 점점 키워나가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커튼 콜 중 김병석 대표(우)

이번 공연은 예술원이 지난 12년간 쌓아온 한국음악 전파와 계승의 결실로 그 완성도가 높아 예술원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운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은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단연 해외(한국 기준) 최고의 국악 단체다. 한국에서 초청한 국악 전문 연주자 6명이 상주하며 활동하는 가운데, 공연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국악 교육, 미국 대학 출강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예술원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2033년 창립 20주년을 목표로 100만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Endowmen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연 후 단체 사진

리허설 포토

공연 영상 캡춰 사진

사진, 영상, 캡춰: 박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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