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임윤찬 시카고 심포니센터 데뷔···기교와 사색의 멋진 조화

리뷰: 박원정 PD
사진: Amy Aiello

‘클래식 슈퍼스타’ 임윤찬이 2년 만에 시카고 무대로 돌아왔다.

임윤찬은 2023년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말린 알솝)와 협연한 지 2년 만인 10월 19일 시카고심포니의 본거지인 심포니센터에서 피아노 시리즈 연주회의 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심포니센터 데뷔이다.

임윤찬은 친한 학교 후배인 이한누리가 작곡한 ‘…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로 독주회를 시작하고 최근 독주회 레퍼토리의 중심인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을 약 70여 분 동안 선보였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1741년 바흐(당시 55세)가 2단 챔발로(하프시코드)용으로 작곡한 30개의 변주곡으로 바로크 변주 형식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챔발로는 건반을 눌러도 음량 변화가 거의 일정하지만 근대의 피아노에서는 터치와 강약, 공명, 음색 대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각 변주의 감정과 구조가 한층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임윤찬은 이러한 피아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기교적 완벽함과 명상적 서정을 동시에 구현했다.

전석 매진 관객의 뜨거운 환호 속에 무대에 입장한 임윤찬은 주제곡(Aria)을 여백의 미와 담백함이 돋보이는 루바토로 전개하며 관객을 그의 음악 속으로 초대했다. 음 하나하나에 충분한 울림이 따르며 이내 고요한 명상에 잠기는 듯 했다.

프랑스풍의 춤곡 같은 제5변주에서 임윤찬은 빠른 패시지를 명확한 손가락 분리와 리듬의 정확성을 빛냈다. 손이 교차하며 교감하듯 움직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였고 리듬의 밝음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풀어내며 음악적 생동감을 나타냈다.

단조로 바뀌면서 차분한 명상으로 전환되는 제15변주는 숙연함이 드리워진 표현이었다. 임윤찬의 깊은 음악적 고찰이 담긴 듯 들렸다.

양손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제17변주에서는 복잡한 패시지에서도 음 하나하나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록 뛰어난 연주력을 보였다. 각 손가락의 독립성과 다성부를 처리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기교적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음악의 서정성을 잃지 않는 임윤찬의 음악성이 부각됐다.

극도의 기교적인 제29변주에서는 빠른 음표를 놀라운 속도로 안정적인 타건으로 구사하며 명료한 다성부를 표현했다.

주제곡 반복과 30개의 변주가 70분 넘게 연주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때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임윤찬의 해석과 스토리텔링은 각 변주가 지닌 음악적 기교와 매력을 그의 스타일로 생생하고 울림있게 들려주며 그의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또한, 흔한 구조적 바로크 음악이 아닌 마치 낭만주의 음악을 듣는 듯한 순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는 챔발로를 재현하는 논 레가토 주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페달을 적절히 사용해 잔향과 음색의 어울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저음부의 명확하고 두드러진 표현은 그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와 열정을 더했으며 템포의 변화와 사색적 프레이징은 그의 음악 속으로 청중을 깊이 끌어들였다.

민첩한 손가락 테크닉은 복잡한 변주와 빠른 패시지에서도 각 음을 명확하게 드러냈으며 기교를 넘어 선율과 하모니의 울림, 감정적 호흡까지 세심하게 살렸다.

결국 이번 연주는 기교와 사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임윤찬식 골드베르크의 진수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임윤찬은 앙코르 곡으로 바흐의 피아노(하프시코드)협주곡 2악장 라르고를 연주하며 한층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임윤찬은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 수석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으로 일찌감치 천재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다.

2019년 윤이상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에 이어 2022년엔 미국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 18세 나이에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현재 그는 보스턴 소재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유학 중이며 스승 손민수 교수와의 사제 관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쇼팽: 에튀드’는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에서 올해의 음반상, 기악상, 신인상 3관왕을 기록했다. 단일 앨범으로 세 부문을 석권한 것은 시상식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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