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시, ‘시조’로 하나 되다 - 시카고의 '시조 서밋'
사진, 기사: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5.6.29. 9:58am
시조 서밋(Sijo Summit)’이 27, 28일 양일간 시카고 교외 글렌뷰 공립도서관에서 개최됐다.
현장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열린 이 행사는 한국 시조와 더불어 영어 시조 작시법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가 주최했다. 행사엔 총 85명이 등록했다.
시조 서밋은 시조를 중심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의 정형시를 비교하며 전통시가가 단순한 과거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교육과 문화의 장에서 새롭게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세계적인 한국학자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은 한국 시에 매료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조를 배우고 가르쳐 온 여정을 전하며 황진이의 시조를 통해 한국 정형시의 기본 형식과 깊이를 조명했다.
이어 퍼듀대학교 명예교수 다니엘 셰(Daniel Hsieh)는 중국 고전시의 정수인 절구(絶句)를 소개했다. 두보, 이백, 왕유의 시를 중심으로 4행시 형식의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철학적 깊이를 해설하며 중국 정형시가 지닌 함축미를 강조했다.
일본 고전과 현대 시를 아우르는 발표는 레지나 바이오치(Regina Baiocchi) 시인이 맡았다. 하이쿠 축제 창립자인 그는 일본의 하이쿠 구조를 설명하고 고전 하이쿠 시인에서부터 현대 미국 하이쿠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소개했다.
그는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시와 음악 등 문화적 교류가 오늘날 우리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형식을 먼저 배우고 뿌리를 가지며 나아가 자신의 표현방법으로 미래로 확대해가는 것이 고무적이다”고 밝혔다.

오후 세션은 한국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참석한 시조 전문가들의 발표로 이어졌다. 시조 시인이자 학자인 홍성란 교수는 “시조, 전통에서 세계문화로”라는 발표에서 한국 현대 시조의 다양한 형태와 그것을 해석하는 이론들을 소개하며 시조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서관호 시조 시인은 자신이 오랜 세월 한국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쳐 온 경험을 바탕으로 시조 창작의 전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한편, 시조의 교육적 활용 사례도 발표됐다. 위스컨신 케틀모레인글로벌학교(Kettle Moraine Global School)의 영어 교사 엘리자베스 조겐슨(Elizabeth Jorgensen)은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시조를 소개하고 수업에 접목해온 실제 사례를 공유했다.
세계적인 한국학자인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시조의 영어 번역을 다룬 강연에서 언어 간 문화적 뉘앙스를 살리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서밋이 좋았다.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매켄 교수와 셰 교수, 바이오키 시인의 발표가 참 좋았다. 시조가 미국 내에서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이번 행사가 그것을 위한 걸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맥캔 교수는 시조 창작 과정에서의 수정과 편집 노하우를 다시 한 번 공유하며 시조 교육의 실용적 측면을 더했다.
테네시 Baylor School의 영어교사 척 뉴웰(Chuck Newell)은 일본 정형식 하이쿠 창작법을 활용해 학생들이 시조를 쉽게 익히도록 지도한 교육법을 설명했다. 그는 하이쿠를 시조로 확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정형시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첫날 저녁, 참석자들은 인근 한인 식당에서 한식을 맛보고 이어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의 정기공연 ‘바람, 길을 내다’를 관람했다.

둘째 날, 루시 박 세종문화회 사무총장이 ‘문학을 통해 본 한국 역사’에 이어 ‘시조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과 예술’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진 소그룹 토의에서는 참가자들이 시조 교육과 창작을 미국과 세계에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지를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아울러 김현채 가야금 연주자의 시조창 연주에서는 참석자들이 실제 시조창을 따라 불러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마련됐다.
이번 모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토요일 오후에 진행된 피어 에디팅(Peer Editing) 세션이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쓴 시조를 함께 읽고 고쳐보는 이 시간은 공동 창작의 즐거움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시조 서밋에는 85명이 등록했으며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는 교육자였으며 부탄, 콩고, 나이지리아, 모리셔스(아프리카), 브라질, 필리핀, 인도, 영국,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에서 등록했다. 10여 명이 현장에 자리했고 30명은 화상통화를 통해 시조서밋에 참가했다.

시조 서밋을 개최한 세종문화회의 루시 박 사무총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시조 서밋은 세종문화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저희는 미국 내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2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제20회 세종 글짓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난 20년간 이 대회의 누적 참가자는 23,000명을 넘었습니다.
이번 시조 서밋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시조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깊이 있는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중국·일본의 전통 시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조명하며 동아시아 시의 미학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의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과 전통 무용 및 국악 공연을 함께 체험하며 한국 문화를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아시아 3국의 정형시를 비교하며 시조의 보편성과 확장 가능성을 짚어본 이번 서밋은 한국 시조의 세계화를 향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