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리포트] 현대적으로 빚어낸 ‘흙의 우아함’ - 시카고한인문화원 도자 특별전

사진, 글: 박원정 PD

시카고한인문화원이 지역 민간 문화기관에선 보기 힘든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26일 개막한 시카고한인문화원의 특별전 ‘흙의 우아함: 현대 한국도자기의 전통과 혁신’은 한국 도자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 대표 도예가들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이강효, 이수경, 김익경, 김인진, 허상욱, 스티븐 영 리 등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의 청자, 백자, 분청사기, 옹기 등 다양한 도자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계영 시카고한인문화원 이사는 “해방 후 찬란하게 진화한 한국 현대 도자예술을 기념하고, 오랜 역사의 전통 기법의 재발견과 더불어 대담한 현대적 해석을 담은 전시회”라고 소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 손꼽히는 이강효(1961년 생)의 ‘분청산수’ 두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 전기 대표적 도자 양식인 분청기법을 바탕으로 대담한 추상적 붓질을 통해 자연과 산수를 도기에 감각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 작가는 16세기 중엽 백자에 흡수되며 자취를 감춘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시도로 유명하다.

이강효 작가의 분청산수(2019, 2017) 두 점

또한, 20년째 지속되고 있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이수경(1963년 생)의 작품 ‘번역된 도자기_23023 TVGW 6’도 주목된다. 폐기된 도자 파편을 역동적인 조각 형태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작가가 한인문화원에 기증한 것이다.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_23023 TVGW 6(2023)

재미 한인 작가 스티븐 영 리(1975년 생)의 ‘청자 상감운취매병’은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로 구현됐다. 한국 전통 청자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부러 깨뜨리고 변형한 형태로 미국 문화와의 접점을 탐색했다. 학 대신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를 문양으로 넣어 미주 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혼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스티븐 영 리 ‘청자 상감운취매병'(2024)

미국의 대표적 명문 미술대학인 시카고예술대(Art Institute of Chicago)의 이지선 이스바라 총장은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 명성을 가진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미국 사회에 한국 도자 예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평했다.

오프닝 리셉션 – 이지선 시카고예술대총장과 조계영 시카고한인문화원 이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서윤경 팀장은 “시카고는 미술관과 미술대학으로 좋은 재원이 있는 국제적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곳 한인 커뮤니티가 주체가 되어 한국 미술을 기획·전시하는 활동은 매우 뜻깊다.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작가들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 일부 지원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8일까지 시카고한인문화원에서 계속된다.

또한 특별전의 일환으로 오는 5월 10일 오후 5시 30분 비스코홀에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통을 영감으로(Tradition as Inspiration)’라는 주제로 이강효 작가와 시카고미술관의 지연수 큐레이터가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이강효 작가는 30여 년간 분청사기의 미감을 탐구해온 한국 대표 도예가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시카고미술관 등 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날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 행사에 앞서 오후 4시 30분부터 작품 투어도 마련돼 있다.

김익경 작가의 ‘Lidded Jar’ 외
은으로 장식한 허상욱 작가의 분청사기
한국 신진 작가들의 작품
미주 한인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는 전시실
오프닝 리셉션의 한 관람객
한인 작가의 작품을 인상깊게 보는 관람객들
패트릭 호커 윌링시장 내외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강정희 문화원 이사장
오프닝 리셉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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